autumn, esprit - 밤(夜)
책 읽다 서재에서 고개 돌리니
하늘이 불붙고 있다
그대, 그리워라
불붙는 하늘 바라볼때마다
한때, 노을이 불타는 하늘만 보면
산으로 올라가던 버릇이 있었다
어둠내린 거리로 나온다
밤거리는 언제보아도 블랙커피같은 짙은 향이 감돈다
저토록 긴 꼬리를 물고 가며
신호를 기다리며 서있는 車들의 행열
저 속에 내가 있었다
나는 저 밀폐된 車안에서 음악듣기를 좋아했었다
길을 건너는 사람들...
우리는 길을 건넌다
나는 이쪽에서, 당신은 저쪽에서.
서로 무심히 옆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우리는 낯 선 사람처럼 서로 말없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게 우리들의 비극이다
혼자 사먹는 저녁은 쓸쓸하다
그러나 습관처럼 허기가 들면 밤거리로 나와
허기를 메꾸고 돌아가야 한다
외로움과 식욕은 전혀 무관하다
외로워도 식욕은 고개를 들고 몇일 굶으면 理性도 아우성을 친다
남편을 떠나보낸 미망인이 함께 따라갈듯 애끓게 울다가
영전(靈殿)옆방에서 국밥을 아귀같이 퍼먹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그렇게 외로움과 식욕은 전혀 관계없는 것이다
거리에서 밥을 사먹고
거리에서 커피를 마시고
거리에서 인터넷으로 메일을 검색한다
우리는 늘 그렇게 거리에서 산다
때로는 거리, 어느 카페의 창가에 앉아 글을 쓰기도 하고
하루종일 책을 읽기도 한다
때로는 옆사람과 하루종일 함께 있어도
하루종일 한 마디도 나누지 않는다
그렇게 무엇을 하든 서로 관심이 없다
不感의 시대...
不感의 시대를 산지
이미 오래 되었다
사랑에 모든걸 걸고 매달리기로는 너무 제약이 많다
그래서 인스턴트 사랑을 한다
사랑을 사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들의 비극은 또 있다
사랑을 하면서도 상대의 이름도 모르고 사랑을 한다
그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어디에 사는지
서로 묻지 않는다
그러나 이튿날, 잠자리를 빠져 나오며
잠 든 그녀의 얼굴을 보고
뒤 늦게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동성애자들이 지나간다
그들은 서로 사랑을 하는 사이다
어느것이 진짜 사랑일까?
잠자리를 빠져 나오며 뒤늦게 느끼는 異性과의 사랑과
성취향이 다른 소수성애자끼리 만나
계약을 맺고 하는 사랑과...
우리는 현대를 살면서 갈등한다
자정이 되면 교회당의 높은 종이 울린다.
집으로 돌아가라는 것인가?
Com Back Home이란 말을 듣기로는 너무 나이가 들었다
오래전,
자정을 알리는 통금 싸이렌을 듣던지
늦은 귀가길에 교회의 새벽종소리를 들으면
꼭 罪지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나 스스로를 구원하고, 구원 받아야 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누구던지 죄가 없다면
나를 밟고 지나가 보시지...
나는 아직 健在하니까.
Gerry Mulligan [Night Lights](196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