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獨白

피그말리언(Pygmalion)

Chris Yoon 2021. 11. 11. 06:31

 

피그말리언(Pygmalion).

친구님의 블로그에서 이 단어를 보고 몇 번인가 입안에서 되뇌어 보았다

피그말리언(Pygmalion)... 피그말리언(Pygmalion)...나에게는 생소하지 않은 단어이다.

아니 오히려 아주 익숙한 단어이다사전을 찾아보면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키프로스의 왕으로 자신이 만든 여인 조각상을 성적인 매력에 이끌려 애틋하고 열렬히 좋아한 사내- 라고 나와있다.

지금부터 두 가지의 버젼으로 이야기를 하겠다.
하나는 그리스의 신화이고 또 하나는 내가 겪은 이야기다.

옛날 키프로스에 한 조각가가 살았다. (어떤 책에서는 왕이었다고도 하는데 크게 중요하지 않아 나는 조각가라고 하겠다.) 그의 이름은 피그말리온이었다.
그는 세상 여자들에게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고 아무 여자도 사랑할 수 없었다.
오히려 여성들에게 혐오감마저 느꼈다. 그래서 그는 실존의 여자 대신 자신의 이상형인 아름답고 사랑스런 여인을 조각하기로 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아주 아름다운 여인조각상을 완성했다.
그런데 그 여인조각상을 완성하고 나서 그는 그만 그 조각상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하루종일 그 조각만을 바라보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랑의 아픔에 시달리던 그는 아프로디테 여신의 신전(神殿)을 찾아가
자신의 사랑을 이루게 해 달라고 부탁을했다. (정말 터무니없는 소원이었다. 그리스 신화니까)
그렇게 공허한 소원을 빌고 집으로 돌아온 그는 슬픔에 젖어서 자신이 만든 조각상을 꼭 끌어안았다.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을 안타까워하며.
그런데 이상한 일도 다 있지.
항상 차디차기만 했던 조각상이 오늘따라 왠지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는 너무 놀라 한걸음 뒤로 물러섰고, 잠시 후 그녀에게 다가가 입술에 키스를 해봤다.
그러자 한 가닥 따스한 기운이 그 조각의 입술을 통해 온 몸으로 스며들더니 체온이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피그말리온은 기쁨에 넘쳐 그 여인상을 꼭 끌어안았고 잠시 후에는 심장의 고동 소리까지

그의 가슴에 전해지는것을 느끼게 되었다.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면 반드시 그 소망은 이루어진다는 이야기일까?...

 

 

 

또 하나의 이야기. 이것은 나의 이야기다.
내가 서울예고를 들어가고 회화수업을 받을때, 그때 회화선생님은 훗날 물방울화가로 이름이 난 김창렬씨였다.
당시, 그는 매우 젊었었는데 결혼생활을 하는지, 안하는지 때로는 바지 엉덩이가 헤져 구멍이 난 바지를 입어
발걸음을 옮길때마다 속에 팬티가 살짝살짝 보이기도하며 말없고 조용하게 실기지도를 했었다.
그 분이 하루는 실기를 대신하여 교실에 아이들을 채워놓고 들릴락 말락하게 작은 어조로 해줬던 시작도 끝도 없던

엉뚱한 이야기...
그러나 나는 지금도 분명히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으며 그 기억은 감수성이 예민하던 고3시절까지
내 진로에 짙은 영향을 주었고 대학생이 된 청년기까지 따라다니며 그 이야기의 실존인물이 돼버렸다.
그 이야기 속의 청년을 1인층으로 '나'라고 칭하며 이야기 하겠다

어느 비가 오는날, 나는 이층 서재에서 비에 젖어 번들거리는 빨간 벽돌이 깔린 길을 내려다 보고있었다.
그 길은 현관으로 들어오다가 갈라져 뒷뜰로 난 지하의 조각실로 연결돼 있었다
지금 조각실에는 완성하다만 여인전신상이 있다
오래전부터 시작한 여인상, 내가 사랑하는 그녀를 모델로 한 대리석 여인전신상이다.
그런데 그 전신상을 깎으면서부터 내가 사랑하는 여인은 병석에 누워 앓았다.
모델을 서고 난 날은 고열에 시달리며 환영을 보는듯이 시선을 허공에 두고 헛소리까지하며 심하게 앓았다
그래서 조각을 못하는 날이 많아졌는데 이상하리만큼 조각을 하지않으면,
좀 더 정확히 말해 조각을 쉬는 날이면 그녀도 병석에서 일어나 홀연히 앉아있곤 했었다.
그러다가 다시 조각을 하면 또 다시 그녀는 앓아 누웠다.
어느날 나는 꿈을 꾸었다.
'너의 조각이 완성되면 나는 네 여자를 데려가겠다.' 악마의 환청은 나에게 속삭였다
나는 완성하지 못한 조각상을 정원을 파고 묻어 버렸다. 그녀 대신...
거짓말처럼 그녀는 아무일도 없었던듯 일어나 앉았다

얼마쯤 시간이 흘러 나는 그 조각상을 다시 파내어 그녀를 보며 미친듯이 깎아냈다.
그 완성을 할때까지 그녀는 시름시름 다시 앓았다.
그러나 거의 완성단계에 있었기에 무리하게 재촉을 하며 조각상을 완성을 시켰다.
그렇게 완성을 하던날,...
그녀는 마침내 세상을 떠났다.

나는 대학 4년동안 흙으로 여인상을 빚는동안 머리속에 늘 그 생각이 떠나질않았다.
정기수업이 끝나고 텅 빈 조각실에 앉아 흙으로 빚다만 여인전신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몇 점 흙을 들고 붙여가며 몸의 흐름을 헤라로 잡아가는 작업을 끝없이 반복했다.
가끔 김찬식 선생님이 들리셔서 내 뒤에 말없이 서계셨다
"마치 사랑에 빠진 모습이군, 넌 꼭 피그말리언같아..." 가끔씩 혼자말처럼 말씀하셨다
그래서 진흙으로 여인전신상을 빚으며 틈틈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소설초본은 내가 군대에 다녀오고나니 내 본가에 맡겨놓은 짐속에서
이미 몇 권의 노트와 함께 버려진지 오래였다.

 

 

 

이제는 꽤 오래전부터 조용조용하게 이야기를 나누게된 분이 아들사진을 올리며 Pygmalion이라는 제목을 달아놓으셨다
'1984년생, 나는 내 아들이 멋있게 성장하기를 늘 소망하고 있다.'
나는 그 아래에 비교적 소상히 답을 달았다

무엇보다 왠지 저에게도 각별한 애정이 생깁니다.
쥐띠 청년들은 섬세하고, 치밀하고, 애상적인 면이 있으며 화려하고 사교적입니다.

친구를 좋아하고 집안에 있기보다 바깥으로 내달리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모든것에 빨리
실증을 느끼고 따라서 여자친구를 바꾸기도 서슴치 않습니다.
훗날을 위해 이런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는 결혼전에 실컨 마음대로 해보라고 내버려 둬주십시요.
분명 결혼후에는 훌륭한 가장이 될것입니다.

표현은 안해도 부모를 사랑하고 집안도 생각하며 기본적인 것은 다 합니다.
그리고 무엇이던지 자신만의 것을 갖기를 원하고 방안에 별별것들을 다 쌓아놓고 삽니다.
성격이 화려해서 연애도 잘하고 때에 따라서는 여자를 잘 유혹할 줄도 알아서

여자들과 깊게 어울린후 여자를 떠나며 여자를 울리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럴때는 모른체 하십시요.
아는체하며 참견하는것을 정말 싫어합니다. 오히려 어깃장을 부릴 수도 있습니다
약간 이기적인 면도 있어서 자신이 상처를 주면줬지 그다지 상처를 받지도 않습니다.
대신 자신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받으면 마치 비극의 주인공처럼 허탈해 하기도 합니다.

쥐띠 청년들은 스스로 왕자도 되었다가 비극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는 양면성이 있다는것을 잊지마십시요.
축하합니다. 어느새 의젓하게 훌쩍자란 초록별에서 내려온 왕자가 곁에 있었군요.
분명 앞으로의 인생에 있어 자꾸 꺼내어 보고싶은 푸른빛 보석이 될것입니다.

내가 왜 이 청년을 꽤뚫어보듯이 잘 아는지?... 여러분들은 상상이 가는지?...
오래전, 방영웅作 [糞禮記 / 분례기]를 읽으며 나는 장터거리의 미친여자 玉花가
가슴에 안고다니는 보따리속에 무엇이 들었을까?... 그 긴 장편소설을 읽는 내내 궁금했었다.
그러나 소설이 거의 끝날즈음 알게되었다. 玉花의 인생을 거의 똑같이 糞禮가 살았음을...
玉花는 糞禮의 페르소나[Persona]였다

그러면서 나는 피그말리온 효과 [Pygmalion Effect]를 떠올렸다
심리학 용어 중에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라는 것이 있는데 칭찬하면 칭찬할수록
더욱 더 잘 하는 동기를 제공하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피그말리온 효과 [Pygmalion Effect]라고한다.
교육학에서도 이 보다 더 좋은 교육방법이 없다고 한다.
칭찬, 격려, 신뢰, 인정, 애정, 사랑, 긍정, 확신, 믿음...이 있는 곳에는 모든 것이 변화하는

놀라운 경험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마치 조각 작품에 혼을 불어넣는 젊은날의 굳은 신념처럼...


Chris Nicol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