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獨白
화상(花床 ) II
Chris Yoon
2021. 11. 11. 06:15
품위있고 지체 높으신
왕벚꽃 나무 양반 두 그루
어허
복도 넘치시지
곁엔 걸맞는 멋진 친구로 두셨네
급한 봄꽃들 설레이며 왔다가 서러이 가고 없는데
늦은 봄 끝자락 부여잡고
느긋이 더딘걸음
진사립에 도포입은양반 닮은 꽃 피셨것다
폼나게 왔으니
폼나게 가야 하는데
이를 어쩐다
오늘 마침
바람 불고, 비까지 내리시니
그만하면 체면 사셨나
핑게 삼아 꽃걸음
여유로이 손 한번 흘들고
빗물같은 눈물로
훌 훌 떠나 가시게
"어험."
* 진사립 : 왕이나 귀인이 착용하던 최상품 갓 도포 : 왕이나 귀인이 외출시에 입던 맨 위의 겉옷
오는 길은 늦어도 괜찮다 해
지척이며 더디온 꽃
가는 길은 서러웁다 해
비는 내리고
비처럼 너도 울고 있구나
바람은 불고
바람처럼 너도 흐늣거리는구나
바람을 핑계로 가야 해
빗물에 묻혀 가는거라 해
떠나 가슴 아프니
사랑이었다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