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獨白

Ars longa, vita brevis.

Chris Yoon 2021. 11. 9. 00:24

 

KF94 마스크를 쓰고, 지하철을 타고...

비교적 사람들이 안다니는 길로

숨어서 다니듯 길을 걸었다.

가는곳마다 화상열체크 기계앞에서서

카메라에 비치는 내 모습을 보며

정상체온을 확인한뒤 밀실로 들어갔다.

밀실에는 파도치는 바다사진이 있었다.

갈 수 없는 바다.

나는 바다앞에서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으며

바다에 대한 그리움을 삭혀냈다.

먼 열대 바다까지 가고싶었다.

스노우클링을 하면 열대어들이 몰려드는 곳.

언제나 다시 갈 수 있을까

푸른 바닷속 열대어들 꼬리 흔들며 몰려오고 있다

 

 

 

 

코로나의 급습을 받고 두문불출, 바깥출입을 되도록 사양한지 벌써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잘도 참아왔는데 이젠 한계선에 도달한듯하다.

공연히 이유없이 짜증이나고 불안해지고 어디론가 숨고싶다.

의사와 상담을 해보니 'Corona Blue' 증세란다.

사전을 찾아보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 19의 전 세계적 확산에 따라 사회적 활동이 위축되고 감염의 우려가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스트레스와 불안감에서 오는 우울증. '코로나 트라우마'라고한다.

 

인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전염병으로 재앙적 위기를 겪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인류는 어리석게도 누군가에게 탓을 뒤집어씌우곤 했다.

그 결과 불행의 깊이가 증폭되었다.

모든 걸 원인과 결과라는 일직선적 사고가 범람했기 때문이다.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감추고 회피하려는 사고는 이젠 통하지 않는다.

인류를 현실의 불행에서 건져낼 방법은 오로지 냉철한 이성과 과학적 접근과 기술, 전 인류애를 아우르는 공감만이 살길이다.

 

공기 오염이 심각했던 인도에서는 히말라야 봉우리가 멀리서도 또렷하게 보이고 이탈리아에선 베네치아 항구 물길이 깨끗해지고 하늘이 청명해졌다고 한다.

휴양지 사이판도 물이 맑아져 온갖 산호초가 보이고 열대어들의 헤엄치는 모습이 잘 보인다고 한다.

그동안 너무 인간 욕심을 내세워 지구환경을 파괴하고 동식물의 서식지를 침범했던 결과가 오늘의 이 지경을 만들었다.

앞으로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으로는 갈 수 없다는게 대다수 학자의 견해이다.

다가오는 AC(After Corona)시대에 어떻게 대응하고 살아야 하는지 그 선택은 우리에게 달렸다.

어쩌면 늘 뒤 쫓는 국가였던 우리나라가 선도적인 나라가 될 기회일지도 모른다.

 

코로나로 인해 즐겨다니던 미술관 출입을 할 수 없었다.

미술관 대다수가 문을 닫고 예술가들도 발표를 미루고 해외 기획전도 중단이되었다.

가끔씩 거리두기를 지키며 그나마 까다롭게 관람을 할 수 있는 전시장을 찾아다녔다.

코로나바이러스 조차도 무서워 피해가는 것이 예술이다.

지독한 가난과 전쟁, 기근에서도 멸망하지 않은 것이 예술이었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Ars longa, vita brevis. / Art is long, life is short.)

 

 

- 그림 : 정택영 (재불 화가)

- 사진 Chris yoon (Self Came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