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alk In December VII / 새에 관한 진실 II
호로고루 이 절벽에 성을 쌓고
천리 강물 내려다보면
네가 보일까
나라 잃은 설움 안고
황포 배들이 머문 포구
당에서 말갈에서
기병들이 몰려오는데
깃발을 올리고 북을 치며
네가 들을까
머물 곳 없는 슬프미 현무암을 쌓고
스스로 문을 닫으니
백만 대군이 와도 열 수 없으니
임진강이 마르고
좌상바위가 평지가 된다해도
내마음은 무너지지 않으니
그대여 어서 돌아와
회군의 나팔을 불어주게
호로고루 호로고루
연천벌을 지나서 고구려까지
푸른 바람이 부는구나
시인 전윤호의 <봄날의 서재>중에서
연천 호로고루(漣川 瓠盧古壘)
군사분계선에서 꽤 가까운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원당리 임진강변에는 오래된 성터 하나가 남아 있다.
고구려시대 군사 시설인 호로고루성(사적 제 467호)이다.
지형이 호로(호리병박)를 닮아서, 또는 고을을 뜻하는 홀(호로)과 성을 의미하는 구루가 더해져 호로고루라는 지명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높이 28m 현무암 절벽 위 평지에 세모꼴로 조성된 돈대의 높은 언덕에 오르면, 음전하게 흐르는 임진강물과
겨울 농촌 들녘 등이 정겹게 눈에 들어온다.
먼 옛날 이곳은 고구려와 신라의 전쟁터였다.
전쟁의 피가 붉게 물들었던 땅이 여름에는 수천평 해바라기밭이 되어 사진애호가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겨울에는 그 밭에 보리를 심어 이제 마악 뾰족하게 푸른 보리가 자라고있다.
그 들녁에 서서 몸을 낮추면 귓전에 전쟁터에서 숨져간 병사들의 나팔소리와 북소리가 들리는듯하다.
그 성벽에 흰 새 한 마리 앉았다. 마치 장군처럼 늠늠한 모습이다.
혹시 저 새, 전쟁터에서 수천 군사를 호령하고 다스리며 싸우던 장군의 넋은 아닐까?...
아무리봐도 그의 전생은 전쟁터에서 붉은피 흘리며 쓸쓸히 숨져간 젊은 장군이었던것 같다.
- Poem : 시인 전윤호의 <봄날의 서재>중에서
- Photo / Copy : Chris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