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獨白

잔인한 봄 IV

Chris Yoon 2021. 11. 7. 07:17

 

 

길게 그림자를 끌고 내려온 바람이
잠시 맨 처음 계단에 앉아
뒤를 돌아보는 사이,

봄볕이 석양을 이끌고 맨 끝 계단을 게으르게 오르고 있다.
낮달은 목련꽃 사이에서 잠이든지 오래고,
잠든 낮달이 깰까봐 목련도 꽃잎을 접고 턱을 괴고 있는
하루의 기우는 해가 쓸쓸해지는 오후,
세상은 아무것도 묻지않는 무관심처럼 귀를 닫고 있는데
서쪽 하늘의 적막이 참을 수 없는 그리움으로 붉게 고인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높은 아파트 맨 끝 7동
스무평짜리라도 세 들어 너랑 한 살림 차리고 싶다.

봄이 짱짱한 날들,
서울 서쪽 동네도 벚꽃이 꽃망울을 떠뜨리는지
나는 꽃 같은 놈이 되고 싶다
너도 그런가?


- Photo :: Chris Yoon (O.L. Park에서)
- Copy :: 尹馝粒
- Music :: Peder B. Helland - The Secret

 


Peder B. Helland - The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