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언제 - 이병률
며칠째 새가 와서 한참을 울다 간다
허구한 날 새들이 우는 소리가 아니다
해가 저물고 있어서도 아니다
한참을 아프게 쏟아놓고 가는 울음 멎게 술 한 잔 부어줄걸 그랬나,
발이 젖어 오래도 멀리도 날지 못하는 새야
지난날 지껄이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술을 담근다
두 달 세 달 앞으로 앞으로만 밀며 살자고 어둔 밤 병 하나 말갛게 씻는다
잘난 열매들을 담고 나를 가득 부어,
허름한 탁자 닦고 함께 마실 사람과 풍경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저 가득 차 무거워진 달月을 두어 곱 지나 붉게 붉게 생을 물들일 사람
새야 새야 얼른 와서 이 몸과 저 몸이 섞이며
몸을 마려워하는 병 속의 형편을 좀 들여다보아라
한 사내 생각이 났지요.
저만치 와 우는 새를 바라보는 사내.
그 울음의 단음계를 며칠째 듣고 있는 사내.
울음의 내력을 자상하게 살피는 사내. 그리고 술을 담그는 사내.
열매의 과육 같은 말들을 내부로 다 거둬들인 사내.
그리고 아마 춤곡을 들으며 병을 씻고 있을 사내.
미래의 시간을 미리 가늠해보기도 하는 사내.
식탁에 마주 앉을 사람을 떠올려 보는 사내.
문득 이 시가 물굽이처럼 전환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군요.
그러나 몸이 섞이며 향기 좋은 술로 무르익는 날은
‘아직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언제’인가요.
새를 부르는 사내. 새가 된 사내.
멋지지 않나요. 이런 사내라면.
- Photo : Chris Yoon ( O.L. Park에서)
- Poem : 아직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언제 - 이병률
- 시 평 : 문태준
- Music : Amy Lauren - Sulla Riva
Amy Lauren - Sulla Riva (2016)
07. White Feather's Tale (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