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여행자의 詩
내 낡은 기타는 서러운 악보만을 기억하네 - 박정대
Chris Yoon
2021. 10. 9. 18:40
나 집시처럼 떠돌다 그대를 만났네
그대는 어느 먼길을 걸어왔는지
바람이 깍아놓은 먼지조각처럼 길 위에 망연히 서 있었네
내 가슴의 푸른 샘물 한 줌으로 그대 메마른 입술 축여주고 싶었지만
아, 나는 집시처럼 떠돌다 어느 먼 옛날 가슴을 잃어버렸네
가슴 속 푸른 샘물도 내 눈물의 길을 따라 바다로 가버렸다네
나는 이제 너무 낡은 기타 하나만을 가졌네
내 낡은 기타는 서러운 악보만을 기억한다네
쏟아지는 햇살 아래서 기타의 목덜미를 어루만지면
가응 가응, 나의 기타는 추억의 고양이 소리를 낸다네
떨리는 그 소리의 가여운 밀물로 그대 몸의 먼지들 날려버릴 수만 있다면
이 먼지나는 길 위에서 그대는 한 잎의 푸른 음악으로 다시 돋아날 수도 있으련만
나 집시처럼 떠돌다 이제야 그대를 만났네
그대는 어느 먼길을 홀로 걸어왔는지 지금 내 앞에 망연히 서 있네
서러운 악보처럼 펄럭이고 있네
< 내 낡은 기타는 서러운 악보만을 기억하네 / 박정대>
사진설명 /
Firenze, 시뇨리아 광장(Piazza della Signoria)에서 詩처럼 Guitar를 연주하는 사내를 만났습니다.
어설픈 솜씨가 결코 아닌, 능숙하게 Guitar를 연주하는 Italy사내였습니다.
관객도 없는데 무척이나 혼심을 다하여 연주를 하는 그...
한동안 연주를 듣다가 왜 길거리에서 연주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대답하더군요..
'거리를 스치는 바람, 그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 하나도 나의 관객'이라고...
나는 말없이 그의 C.D.를 한 장 사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