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과 北, 그리고 이산가족 찾기
南과 北,... 그리고 이산가족 찾기
몇 일전 남측의 속초에서, 그리고 오늘 북측의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만나기'가 모두 끝났다.
핏줄이 무엇일까?...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하는 하루였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만큼 혈육을 중요시하는 민족도 드물다.
전쟁으로 인해 헤어진지 벌써 70년이 넘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못잊어서, 헤어진 핏줄을 찾고있다.
'남북 이산가족 찾기'는 이미 34년전, 그러니까 1983년 이맘때 한차례 있었다.
우연히 한 아침방송에서 헤어진 사람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에서 시작되어 불이붙어 정규방송을 포기한 채 138일간 전국민을 울린 KBS 특별생방송이었다
방송멘트 그대로 한반도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그 때, 이산가족은 아니더라도 방송을 보는 이들은 모두가 눈물을 흘렸고 세계의 매스컴도 우리를 주시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어느덧 34년. 남과북의 평화협상이 훈풍이 불면서 본격적으로 이북에 있는 가족과 남한의 가족이만나는 것이다.
방송을 보면서 참 많은걸 느꼈다.
우선 34년전 보다 사람들이 많이 세련되었다는 것이다.
예쁘게 진주목걸이를 하고 모자를 쓴 할머니. 그리고 흰 와이셔츠에 가디건을 차려입고 중절모로 숱이 빠진 머리를 커버한 노신사. 왠지 미국에서 살다온 교포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만남의 자리에서 서로 부등켜안고 우는 모습을 보며 어느쪽이 남측이고 어느쪽이 북측이란걸 금방 알아 맞출 수 있었다
왠지 우리네 60~70년대의 옷차림을 생각나게하는 북측의 차림새는 숨길 수 없었다.
이 방송을 볼 적마다 빠질 수 없는 노래가 있다.
즉 '남북 이산가족 찾기'의 시그널 송이 되어버린 노래다
나는 아직도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라는 노래를 들으면 내가 아주 어린아이였을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남과 북'이라는 연속극 주제가가 생각난다.
원래 이노래는 극작가 한운사 선생이 쓰고 작곡가 박춘석씨가 곡을 부치고 '곽순옥'이라는 여가수가 불렀었다.
그러다가 1983년 '이산가족 찾기'프로가 진행되면서 홍콩에 있는 곽순옥을 대신해 '패티 김'의 노래가 전파를 탔다.
그런데 '패티 김'이 부른 버젼이 성량도 좋고 드라마틱한것도 압도적이었다.
그 후, 여러가수들이 불렀으나 역시 '패티 김'의 실력을 따라 잡을 수는 없었다
'남북 이산가족 찾기'는 우리민족의 비애이고 비극이다.
나 역시도 드라이(Dry)하기로 정평이 나있지만 이 프로를 볼 때마다 눈물을 글썽이다가 끝내는 가슴이 아파 펑펑운다.
'남북 이산가족 찾기'는 언제나 끝나려나?...
남쪽으로 몇일만 다녀오겠다고 왔다가 평생을 북에 두고 온 아내를그리워 했던 젊은 남성들도 이제는 모두 세상을 떠났거나 정신이 혼미해 졌다. 그런데도 어렸을때 철없이 아버지를 따라 내려왔던 그 아들들이 이제는 혈육을 찾는다.
그들도 이젠 모두 70세가 훨씬 넘었다.
오늘 새벽에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우리의 국화 무궁화가 핀걸 보았다
그 중, 한 곳에 두 송이의 꽃이 핀것을. 나는 그것을 보며 순간적으로 '남과 북'을 떠올렸다.
함께 피었으면서도 서로 등을 돌리고 제각기 핀 무궁화 두 송이.
때마침 아침햇살의 영향을 받아 하나는 빛을 받은 하이 톤, 또 하나는 어두운 로우 톤.
이는 나에게 '남과 북'으로 비쳤다.
- Photo / Copy :: Chris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