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이야기

제비꽃 (Violet)

Chris Yoon 2021. 11. 5. 07:00

 

제비꽃 (Violet)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멀리 날으고 싶어.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 땐
너는 많이 야위었고 이마엔 땀방울.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때

너는 아주 평활롭고

창너머 먼 눈길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있고싶어


아침 산책길에 나섰다가 산야에 자생하는 제비꽃을 본다면

무심코 지나치지말고 작은 소리로 이 노래를 흥얼거려보라.
이 노래는 동시대를 살다간 싱어 송 라이터 조동진의 <제비꽃>이란 노래다.
노래를 어찌 이리도 詩처럼 만들었을까?...
70년대엔 노래를 만들고 직접 부른 조동진의 노래로 듣다가 2000년대에 들어서는

Ryu라는 신세대 가수의 리바이벌로 다시 들었다.
조동진의 깊이있고 울림있는 목소리도 좋지만 나는 지금듣는 Ryu의 노래가 산뜻하고 가벼워서 더 좋아한다.
그래서 한때는 편집실에서 밤을 새우며 한창 유행이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이 노래를 B/G로 깔아 교육장에서 시사하여 많은 사람들을 눈물흘리게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제비꽃은 우리가 생각하듯 그렇게 청초하고 유약한 꽃은 아니다.
어느 곳에서나 뿌리를 내리기 위해 제비꽃은 나름대로의 전략을 구사한다.
대개 다른 꽃들은 바람을 이용하거나 나비나 벌들을 매개체로 하여 번식한다.
그래서 벌과 나비가 살기 어려운 삭막한 콘크리트 도심 속에서는 꽃을 피우기가 어렵다.
그러나 제비꽃은 지구 상 어디에서나 살고 있는 개미를 이용한다.
개미들이 좋아하는 젤리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 씨앗을 담아둔다.
그러면 일개미들이 젤리를 물고 곳곳에 퍼진 개미집까지 날라다 놓는다.
막상 땅속 깊숙이 위치한 개미집에서는 싹이 트기 어려운데
제비꽃은 미리 개미의 특성을 파악하여 젤리와 씨를 분리하기 쉽게 만들어 놓았다.
개미가 젤리만 먹고 나머지 씨앗은 지상 근처의 개미 쓰레기장으로 옮겨 버리게 하는
지혜를 짠 것이다.
쓰레기장에서는 싹이 쉽게 지표를 뚫고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도 유약하고 청초해 보이기만 하는 여성보다 청초해 보이면서 강인한, 지혜로운 여성이 더 아름다운걸 어쩌랴!
요즘 내가 좋아하는 지인이 전남 교육감선거전에서 맹렬히 뛰고 계신다.
사족을 좀 더 달자면 자신의 절친, 오인성 후보를 위해 불철주야 뛰고 계신다.
그녀를 보면 제비꽃같은 강인함을 느낀다.
부디 좋은 성과있으시길...

 

제비꽃 (Violet) - R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