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Autumn series XX. XXI,
The sea of clouded / 흐린날의 바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비로소 내 가슴에 박혀있는 모난 돌들이 보인다
결국 슬프고 외로운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라고 흩날리는 물보라에 날개 적시며 갈매기 한 마리지워진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파도는목놓아 울부짖는데 시간이 거대한 시체로 백사장에 누워 있다
부끄럽다, 나는 왜 하찮은 일에도 쓰라린 상처를 입고 막다른 골목에서 쓰러져 울고 있었던가
그만 잊어야겠다. 지나간 날들은 비록 억울하고 비참했지만 이제 뒤돌아보지 말아야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저 거대한 바다에는 분명 내가 흘린 눈물도 몇방울 그때의 순순한 아픔 그대로 간직되어 있나니
이런 날은 견딜 수 없는 몸살로 출렁거리나니
그만 잊어야겠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우리들의 인연은아직 다 하지 않았는데 죽은 시간이 해체되고 있다
더 깊은 눈물 속으로 더 깊은 눈물 속으로 그대의 모습 해체되고 있다
尹馝粒
Remembering an October Evening
Remembering an October Evening
너 아주 어린 시절 서 쪽 숲에서 불어오던
그 바람을 기억하니?
이제는 그 곳을 향해 내가 따라가고 있어
10월의 첫 날 저녁, 노을속으로 해가 넘어간다.
나는 먼 나라로 떠나와 길을 걷다가 그대로 길 위에서 잠이든다
내가 네 몸속을 떠도는 바람으로 산다면
너는 나의 어디쯤에서 머물러 줄 수 있겠니?
너는 나에게 스며들고 싶어 수없이 저녁이슬로 내 몸을 적신다
그러나 어림없다
한번 빗나간 우리의 인연은 그저 반송된 우편물처럼 의미가 없다
파르르 떨며 지나가는 너의 민망함
어둠의 꼬리는 사정없이 후려친다
글 / 尹馝粒
지금 듣는 이 편안한 음악은
Eugene Friesen의 라는 앨범에 수록된 곡,
Remembering You 이다.
하도 드라마나 영화에 많이 쓰여 제목은 몰라도 귀에 익었을 것이다
이곡은 우리정서와 잘 맞아 우리나라에서 각광을 받은 곡이다.
폴윈터가 이끌었던 Paul winter Consort 출신의 첼리스트,
유진 후리젠(Eugene Friesen)의 음악이다
첼로 연주는 유진 후리젠이 직접했고
거의 끝에 나오는 남성보컬은그저 이 악단의 이름없는 남성이 했다고 하는데
이토록 근사하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