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獨白

벚꽃, 그리움 안고 떠나는 여행

Chris Yoon 2021. 11. 4. 06:05

 

벚꽃, 그리움 안고 떠나는 여행

 

 

 

봄날이 지나가면서 살기가 헛헛하다고 했더니 날보고 여행을 떠나란다

군산으로 가서 이성당에 들러 단팥빵을 사먹고 고우당 다다미방에서 1박을 한 후, 채석강으로 가서 맘껏 소리를 내지르고 곰소 젓갈 시장에 들러 젓갈처럼 잘 삭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란다

그리고 영광으로 가서 굴비정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하동포구롤 떠나란다

하동포구 벚꽃길을 따라가 화개장터에 이르르면 짐을 풀란다

그렇다. 내 일찌기 마흔살적에 풀어도 풀어도 명주실타래처럼 한이 없던 내 팔자가 야속하여 김동리 선생의 '역마(驛馬)' 한 권을 옆구리에 끼고 이곳을 찾아와 옥화네 주막부터 찾아 들어가 금방 걸른 막걸리 한 사발과 두룹을 초고추장에 찍어먹고 쌍계사에서 내려오는 저녁 종소리를 들으며 미친듯이 누군가를 그리워 했던곳.

끝내 주막에서 잠을 못자고 벚꽃 십리길을 내달려 쌍계사로 올라가 주지승을 뵙고 이튿날 눈을 뜨자마자 칠불(七佛)암까지 기어 올라갔던 곳이 아니던가

이왕 온 김에 구례까지 들어가 장터에서 국밥 한 그릇 사먹고 감태김까지 사서 돌아오라는 말을 듣고 망서린다
떠나야하나, 말아야 하나...

 

Chris Nicol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