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ainyday Rhapsody in Blue II - 목포의 눈물
남도여관 뒷골목에 노란 서브마린 불빛이 켜진다
시멘트 벽돌의 몰골을 그대로 다 드러낸,
겨우 창문을 통해 숨을 쉬는지는 알 바 없는
서브마린에 불이 켜지면
벌어진 아가미 틈새로 하얗고 비린 담배 연기가 흘러나온다
세상의 험한 욕이란 욕도 거기서 다 흘러나온다
갈 데까지 간 여자와 올 데까지 온 남자가
곧 죽을 것처럼 한데 뒤엉킨
서브마린에서는 때때로 항구의 악몽과 통곡이
외상으로 거래되고
바다의 물거품과 한숨이 아침까지 정박한다
지붕위에선 밤새 풍랑이 일고
지붕 아래선 끈적한 울음 같은 것들이 기어간 흔적이
수심에 잠긴 뻘 밭 같기만 한데,
밤 깊은 서브마린에서는 사는 게 사는 게 아니고
세상은 다 끝난 것만 같은데,
아침이면 다들 멀쩡하게 바다로 출근하는 것이다
죽을 것처럼 살아서 거짓말처럼 철썩거리는 것이다
그렇게 또 하루가 저물고 나면
어김없이 서브마린에 노란 불빛이 켜지고
항구의 낡은 사내란 사내 거기서 다 술 마신다
저렇게 버려진 잠수함으로는 아무 데도 갈 수 없지만,
한 번 시동 걸린 사내들은 어디든 간다
목포의 눈물에서 흑산도 아가씨까지
거기서 술을 팔든 몸을 팔든 내 알 바 없지만,
남도여관 창문을 반쯤 열어놓고 나는
바닥의 절박한 생을 끌고 가는 한 척의 슬픈 잠수함을 본다.
흑산도 서브마린 - 이용한 詩
‘서브마린’은 흑산도 선창가 뒷골목의 허름한 술집이름
* 때로는 걷잡을 수 없이 이렇게 퇴폐적인게 좋다
분명 아주 오래전, 전생의 내 팔자는 전생에 주막거리에서 젓가락을 두들기며 목포의 눈물을 부르다가
눈이 맞으면 그자리에서 뭇사내에게 몸을 주는 객주집의 작부였던지,
남사당패거리를 따라다니며 하루저녁 양반들의 노리개로 팔리는 남색(男色) 꼭두서니였을게다.
사진은 얼마전 지인들의 모임때 어느분이 찍어준 사진이다.
이메일로 보내준 사진을 보다가 혼자 피식 웃고 말았다.
마치 술집작부의 기둥서방 같은 폼이다.
비가오는 날, 손님이 없으면 한 잔 술에 거나하게 취해
대낮부터 사내의 호기를 부린답시고 몸을 섞어 주기도하고
손님이 많은 저녁이면 마당에 가마솥걸고 불 피워 술국을 끓여내며
온갖 술청의 잔신부름까지 해주는 못난 사내.
그러나 어쩌면 그 속이 제일 편할지도 모른다
비가 오느날이라 객적은 소리 뿐이었다.
- Chris Nicol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