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이야기
서울 삼성로 역삼동 - 그곳에 아직 내가 남아있다
Chris Yoon
2021. 11. 2. 08:57
삼성로, 어느 빌딩 앞 골목에 서서 귀를 기우려본다
또각 또각 워드 두들기는 소리,
전화벨 울리는 소리,
온갖 소음속에 섞여 나직하게 울부짓는 사내의 소리가 들려 나온다
그랬다. 나는 서른해 동안을 저 유리벽 속에서 청춘을 보냈다
밤 늦은 시간까지 형광등 아래서
흰 와이셔츠 팔을 걷어 올리고 때로는 흡연실로 들어가
피우다 놓아둔 담배가 저절로 타들어 가는것도 잊은체
항상 생각에 젖어 크레이티브 작업에 열중 했었다
오늘 그곳을 찾아와 밤 늦은 유리벽 속을 올려다 본다
그 안에 또 하나의 내가 서있다
흡사 박제가 된 유령같이
모든 시계는 멈추어 섰고
전화는 끊긴 그곳,
삼성로 어느 빌딩 유리벽 속에
아직 돌아 갈 줄 모르는 내가 남아있다
- Chris Nicola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