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獨白

독백 XII ~ XIV

Chris Yoon 2021. 11. 2. 04:15

독백  XII / 별같은 소년

 

 

 

산책을 할겸 카메라를 메고 공원을 걷는다.

햇빛이 눈에 부셔 짙은 선그라스를 끼고 걷는데

뒤 따라오던 작은 아이가 앞으로 뛰어가며 겁먹은 얼굴로 나를 바라 본다.

그러더니 작은 손을 흔든다.

몇 발자욱 뛰어가다가 또 돌아보더니 손을 흔든다.

그러기를 몇 번...

그 아이의 별같은 눈동자를 잊을 수 없다.


그 아이가 왜 내 앞을 지나쳐 갔는지?
왜 뒤 돌아보고 손을 흔들었는지?
몇 발자욱 뛰어가다가 왜 또 뒤돌아보고 손을 흔들었는지?
저도 처음에는 의아했다.
그러나 이내 그 이유를 알았다
제 해석은 이렇다
짙은 선그라스는 어린아이에게는 무서운 인상을 준다.
그래서 뒤 따라오기보다 빨리 앞질러서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
앞질러 가다보니 뒤에 따라오는 내가 무서웠을것이다.
그래서 뒤돌아보니 여전히 무서워 손을 흔들었다
나는 당신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몇 발자욱 또 가다 생각해도 아무래도 마음이 안놓여
다시 뒤돌아보니 여전히 무서운 존재로 보였을것이다.
그래서 그냥 가기보다 또 손을 흔들어
자신은 여전히 호의를 가지고 있다는 뜻을 표시했을것이다.

이토록 순진무구한 어린이들... 어찌 예쁘지 않으리.

 

 

 

 

 

독백  XIII / 그녀, 베로니카 수녀

 

 

 

명동 성당, 정오.
미사의 종이 운다.

무겁게 열리는 철문 소리
그 열린 철문을 통해 그녀가 저쪽 세상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잠시후 굳게 닫히는 철문.
그녀는 아무일도 없었던듯
총총히 사라져 간다.

그녀, 베로니카...
 

아내를 따라 명동성당에 갔다가 조용하게 철문을 열고 들어가는 수녀님을 보았습니다.

지극히 평온한 모습이었습니다.

왠지... 저는... 그 수녀님의 뒷모습을 찍는다는것 조차 죄송스러웠습니다.

 

 

 

 

 

독백  XIV /천년의 기다림

 

 

 

천년 전
그 때
너는 나를 기다렸구나.
이렇게 애타게
이렇게 마음 졸이며
뜨거운 열망 하나 가슴에 품고
기다리고 기다리다
목이 긴 새가 되었구나.


Chris Nicol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