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었더냐 XVII - 도화(桃花)
동쪽 바다 가는 길 도화 만발했길래 과수원에 들어 색(色)을 탐했네
온 마음 모아 색을 쓰는 도화 어여쁘니 요절을 꿈꾸던 내 청춘이 갔음을 아네
가담하지 않아도 무거워지는 죄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온당한가
아주 오래도록 그대와, 살고 싶은 뜻밖의 봄날
흡혈하듯 그대의 색을 탐해야겠네
김선우 <도화 아래 잠들다> 에서 발췌
역마(驛馬)와 도화(桃花)
사주의 해석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특히 예전에는 역마살(驛馬煞)이 있으면 방랑끼가 있다 해서 떠돌이로 보는 극단적인 해석으로
격(格)이 떨어지는 사주로 봤다.
또한 도화살(桃花煞)이 있으면 미모와 요염한 끼로 남자의 인생을 망치는
요부와 화류계의 대명사로 통 한 게 도화살(桃花煞) 이었다.
하지만 요즘 같은 국제화시대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는 역마살과 도화살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그래서 큰 사업을 이룬 사람 사주에는 대개 역마살이 한두 개 씩 들어있고
국제변호사나 국제기구에 활동하는 젊은 리더들처럼 왕성하게 활동하는 리더들에게도 역마살은 들어있다.
변화의 시대에 가장 많은 움직임과 활동성을 상징하는 역마살이 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한 도화(桃花)는 말그대로 복숭아꽃이다.
붉은 복숭아꽃은 사람을 유혹하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도화살을 가진 사람은 요즘말로 하면 Sexy한 매력을 지닌 사람이다.
도화는 중국에서 좋아한다. 중국의 한시(韓詩)들을 읽어보면 복숭아꽃의 매혹에 대한 칭찬이 무척이나 많다.
그래서 도화살을 가지면 왠지 끌리고 매력 있어 보인다.
나이가 지긋이 들어도 왠지 이성들의 관심을 받는 사람들 사주에는 꼭 도화살이나 홍염살이 있다.
자신의 매력을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가치가 정해지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도화살이 없다고 하면 오히려 서운해 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연예계 쪽이나 문화, 예술같이 자신의 끼를 발산해야 하는 시대에는 도화살이 정말 중요하게 작용된다.
역마살과 도화살에 대한 요즘의 이런 관대한 태도는 어찌 보면 격세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기도 하다.
예컨대 역마와 도화를 함께 지닌 여성의 사주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런 여성은 근대 이전만 해도
단순하게 사주를 푸는 곳에 가면 “여자가 정조관념이 부족하고 살림은 뒷전이고
애인과 타향으로 도망가는 수가 있다”는 악담을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역마, 도화가 아니더라도 사주 상담을 하다보면 단순한 살 몇 가지를 보고 앞뒤전후,
시대적인 흐름, 직업적인 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악의적으로 상담을 이끄는 곳이 상당수 있었고
여전히 요즘에도 존재한다. 이러한 단순 논리 때문에 철학은 학문으로써 인정받지 못하고
점쟁이 라는 극 하대(下待)를 받는 원인도 됐다.
예전이나 요즘에나 사주에 나타나 있는 모든 것은 개인의 성품이나 재능을 읽어보고
자연의 순환에 의한 기운의 변화를 현실의 인생에 적용해서 푸는 것이다.
그래서 현 시대를 제대로 보는 눈이 없이 사주공부를 한다면 현실과는 전혀 엉뚱한
상담이 진행되기도 한다.
- 천문역원 최인태 사주칼럼 중 역마<驛馬>와 도화<桃花>
이제 나의 이야기를 해야겠다.
이 이야기는 자랑도 아니고 부끄러워서 못할 이야기도 이젠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잠시라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싶은 제 3인의 이야기처럼 담담한 이야기다.
지금은 나이도 들었고 시대도 변하여 별로 문제가 될 일도 아니지만
내가 어렸을적만해도 사주팔자를 보고 안좋으면 액막이 사주풀이를 해주고 평생을 조심시켰다
그 예로 나역시 驛馬殺이 끼어 어린나이에 命을 다하거나 그렇지않으면 평생을 떠돌이로 살다가
객사를 할 운명이라고 하여 제일 윗어른인 할머니는 집안회의를 열고 나를 충남 계룡산에 있는 어느 절의
주지승밑으로 나를 입적시켜 중을 아비라 부르며 팔자땜을 하게 했다
그런데 나뿐만 아니라 내 위의 누나 한 분은 타고나기를 절세미색으로 타고난 탓으로
도화살이 끼었다는 억울한 죄명을 뒤집어 쓰고 처녀시절을 보냈다
"저 큰 애기 얼굴에 도화빛이 도네요. 저렇게 발그스레하게 양볼에 도화색이 돌면 팔자가 순탄칠 못한
법인데..."
그렇게 사주팔자를 보는 사람들마다 끌끌 혀를 찼다
그래서인지 그 누나는 어렸을적부터 유난히 예뻤다
윤씨네 집 딸이 하도 예쁘다는 소문에 십리밖에서부터 아낙들이 구경을 왔고
누나가 여학교에 들어가면서 뭇남학생들이 대문앞에 진을 치게 되었다
내가 놀러 나가면 골목 어딘가 숨어있다가 꼭꼭 접은 연애편지를 누나에게 전해달라는 남학생들이
많아지자 아버지는 대문옆에 몽둥이를 하나 준비해 두고 대문앞이 시끄러우면 뛰어나가 쫓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천둥이 자주 울면 소나기가 내리는 법,
청순하기만했던 누나가 한번, 두번 어른들 몰래 남자를 만나더니 소위 연애감정에 빠져 들었다
몰래 외출나갔다 늦은 귀가를하며 숨가쁘게 뒷문으로 들어오고 윗 어른들 모르게 비밀이 많아졌다
허나 윗 어른들이 모를리가 없었다
"마당에 석류나무가 있으면 딸년이 바람이 든다는데..."
어른들은 봄마다 곱게 피는 석류나무와 복숭아 나무를 모두 베어 버렸다
나는 역마살이 껴서 그랬는지 양반가의 법도를 깨부수고 환쟁이(미술학도)가 되려고
호시탐탐 집을 뛰쳐나갈 기회만 엿보다 중학교를 졸업도 하기전에 서울예고에 합격을 하고
성북동 한옥동네에 방을 한 칸 얻어 죽을 고생을 하며 예술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누나는 신여성으로 자유연애를 한다고 머리까지 깎여가며 갖은 고초를 다 겪다가
결국은 도망을 나와 사랑하는 남자와 오토바이를 타고 그댁으로 들어가 만석꾼 집안의 어엿한 며느리가 되었다
그 시절엔 그토록 해결될 수 없었던 저주받은 운명의 殺들.
이젠 시대가 변해서 각광을 받고있다
무역회사에서 일을하는 젊은이들은 잦은 해외출장으로 인하여 오히려 역마인생의 덕을 보고
여성들의 경우는 오히려 남성들을 유혹하지 못하면 무능한 것으로 낙인을 찍힌다
왜 이런 풍조가 있었는지 조심스럽게 역학자의 노트를 열어보자
역학에서 寅, 午, 戌 日支에 卯가 사주중에 있으면 도화라 한다.
도화는 년(年) 또는 일지(日支)로 보는데 오행(五行)의 패욕지(敗浴地)에 해당하며
목욕살(沐浴煞), 함지살(咸池煞)로도 통용된다.
흔히 사주에 도화가 있으면 남녀 모두 음란(淫亂)하다고 하나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도화가 사주중 어디에 있는가를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화가 年, 月에 있으면 장내도화(牆內桃花)라고 하여 부부가 서로 사랑하고,
日, 時에 있으면 장외도화(牆外桃花)라 하여 배우자 외에 다른 사람에게 정을 주거나 창녀가 되어
인륜을 그르치고 음욕(淫慾)으로 패가망신을 당하게 된다.
또 충이나 파가 되는 것을 꺼리는데 만일 충파되면 도화병(桃花病)으로 몸을 망치거나 간통하다
형옥을 당하거나 정사하다 죽는 경우가 있다.
흔히 음탕하고 색정이 강한 사람들을 도화살이 있다고 하듯이 도화는 색을 탐하고 놀며
즐기기를 좋아한다.
한편으로는 준수한 용모에 다정다감함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여명(女命)에는 더욱 흉(凶)하게 작용한다. 또 도화에는 나체도화(裸體桃花),
편야도화(遍野桃花), 곤랑도화(滾浪桃花) 등이 있다.
① 나체도화(裸體桃花)
이는 일지(日支)에 도화가 있는데 일주에 위의 살(煞)을 가지고 있으면 음란할 뿐만 아니라
나체(裸體)를 좋아하며 이성(異性)이면 노소(老少)를 가리지 않고 탐음(貪淫)하여
그 난륜(亂倫)함을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다.
② 편야도화(遍野桃花)
편야도화는 사주내에 子, 午, 卯, 酉의 네 자를 모두 갖춘 것을 말한다.
이 편야도화가 있으면 주색황음(酒色荒淫)하는데 이는 사주의 격이 좋아도 마찬가지이고
대운(大運) 유년(流年)에서 만나도 똑같다.
그러나 운로(運路)를 잘 만나면 재산이 많은 부호도 간혹 있다.
③ 곤랑도화(滾浪桃花)
지지에 도화가 있으면서 형(刑)이 되고 천간이 상합(相合)되면 이를 곤랑도화라고 한다.
丙子日에 辛卯時, 己卯日에 甲子時와 같은 것들이다.
사주의 일시(日時)가 이와 같으면 너무나 색을 밝혀 정신을 잃을 정도로 몰입하며
때에 따라서는 정사(情死)하는 수도 있으며 남녀 모두 곤랑도화를 가지고 있으면 더욱 심하다.
이상에서 도화의 종류에 대해 대략 설명했는데 이외에도 도삽도화라는 것도 있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T.V.프로를 보면 먼 서양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현실이 놀라울 정도다
한창나이의 젊은이들이 터놓고 섹스이야기를 하며 과거에 그토록 아꼈던 순결과 童精을 비웃는다
그만큼 방종을 부추기는건 아니지만 도화살과 역마살을 지녔다고 자학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집안의 경우만봐도 역마살을 타고난 나와 도화살을 타고난 내 바로 위의 누나가 제일 잘 풀렸다
다른 형제들은 부모가 시키는 대로 순종하여 현세와 맞지않는 삶속에서 허덕이다 끝내 해결을 못하고
불행을 떠안고 사는데 어린시절부터 부모의 강압과 집안의 법도를 깨고 과감하게 봉건적인 집안을 뛰쳐나와
자신의 길을 개척한 도화살 낀 누나와 역마살로 고민하던 내가 이제야 밝히지만 자신이 원하던 삶을 제일 잘 살고 있다.
또한 예전엔 가출을하면 망조가 들었다고 했지만 요즘은 학교만 졸업하면 어떻게 하던 독립을 해야 유능하고 자립심이 있다고 인정받는 시대가 아닌가!
복숭아꽃(Prunus persica, peach)은 장미과 벚나무속에 속하는 복사나무의 꽃이다.
원산지는 중국 화북의 산시정과 간쑤성의 해발 600 ~ 2,000m 고원 지대이다.
복사나무는 복숭아나무라고도 부르며, 갈잎 작은키 나무다.
대한민국에서 사과나무, 감나무, 귤나무, 포도나무에 이어 많이 기르는 과일나무다.
내가 어렸을적에는 서울, 지금의 자문밖인 세검정쪽에도 복숭아밭이 이었고 부천, 소사 쪽의 복숭아 과수원은 유명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산업개발로 옛말이 되었으나 봄이되면 아파트 정원에서도 심심찮게
화초용으로 도화(桃花)를 볼 수 있다.
- Chris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