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었더냐 VIII - 향기별꽃(Ipheion)
강으로 걸어나간 별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별이 빠진 하늘은 어둠의 늪
은하수 부서지던 개여울에도 별은 흔적없다
별을 본 지가 오래다
시린 새벽별을 쳐다보며 별꽃을 헤아린다
시공이 허망한 검은 허공에 뿌려진 수 많은 별꽃
그 꽃 하나하나에 살아 온 흔적들을 걸어 두고
주름져 밀려오는 서릿발 치는 맑은 새벽
새벽별을 한 짐 지고 은하수 개울가로 걸어나와 무사함을 뿌린다
여린 강물은 소리없이 얼음장 밑으로 흐르고
강물에 빠진 별들을 건져 은하수에 걸어
별꽃으로 피어난다
- 강희동의 '별꽃걸기'에서 발췌
나에게는 또 '유기화(遺棄花)다.
재활용 버리는 날이라서 모아두었던 빈 박스와 폐비닐을 들고 나갔다가 한 쪽 구석에 오돌오돌 떨고있는 화분속의 화초를 보았다.
헝클어진 머리를 풀어헤치고 울고있는듯 보였다.
나는 아무말없이 품에 안고 돌아와 조금 큰 화분에 편히 발을 뻗게 해주고 흙을 채운후 헝클어진 머리를 곱게 빚겨주었다. 그동안 작은 화분에서 다리도 펴지못하고 바짝 오그린체 긴 겨울을 보내다가 주인에게 버림받은 모양이다.
물을주고 돌보았더니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는듯 잎도 가지런해지고 꽃 봉오리를 맺더니 드디어 꽃을 피웠다.
이름도 몰랐다. 처음보는 신비로운 꽃이었다.
나는 꽃 이름을 많이 아는 지인에게 카톡으로 사진을 찍어 이름이 뭐냐고 물어봤다.
지인도 모른다는 대답이었다.
잎은 부추잎같고 꽃송이는 작은 붓꽃을 닮았고...
나는 꽃송이가 피어날 적마다 카메라를 들고나가 사진을 찍어주었다.
이렇게 예쁜데... 어떻게하다 너하고 나는 인연이 되어 만났을까?
스마트폰에 저장을 하고 무심코 넘기다가 Google에서 아름다운 그녀의 이름을 알아냈다.
'향기별꽃'...
부추과로 구근번식. 향기부추, 자화부추라고도 부르며 영어이름은 Ipheion.
원래는 야생화로 노지월동 잘하는 번식의 강자로 이름만큼 향기도 좋다.
한 포기만 심어도 이듬해 많이 번식하고 키우기 까다롭지 않고 토양도 크게 가리지 않는다.
겨울에 화분째 밖에 내놓아도 봄에 기어이 다시 잎이 돋아나오고 꽃대가 올라오는 야생성 식물.
- Chris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