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이야기
꽃이 피었더냐 V - 白梅(white plum )
Chris Yoon
2021. 11. 1. 06:25
아주 오래된 담장가
매화 한 그루 꽃을 피웠다
찬바람에 파르르 웃는 모습 눈에 시리다
일찍 피어나 억지로 웃지마라
어짜피 넌 내 스타일도 아니고 취향도 맞질않는다
너,
나.
우리 둘 중 누가 더 차가울까?...
강릉 대도호부 관아에 이른 매화가 피었다고 소문이 자자하여
차를 몰아 강릉시내로 들어섰다.
물어물어 찾아갔더니 양지바른 담장 곁에 매화 한 그루가 이제 마악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고려 시대부터 조선 시대에 걸쳐 중앙의 관리들이 강릉에 내려오면 머물던 건물터(여관)이다.
1994년 강릉 임영관지라는 이름으로 사적 제388호로 지정되었다가, 2014년 11월 27일 강릉 대도호부 관아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강릉 대도호부 관아는 관아와 공해, 객사 등을 합해 모두 313칸 규모에 달하는
건물지로 양호한 상태로 다양하게 남아있어 고려 시대 이후 관아 연구에 귀중한 자료를 제공해 주는 곳이다.
매화 몇 송이 찍고났더니 매화의 모습에서 옛기생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중앙의 관리들이 강릉에 내려오면 머물던 건물(여관)이었다니 기생도 숱하게 불러들이고 내노라하는 강릉의 기생들은 모두 다녀갔으리라.
새초롬, 파리한 매화의 얼굴에서 도도하고 차거운 옛 강릉 기생의 모습을 떠올린다.
- Photo / Copy :: Chris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