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었더냐 II - 카네이션(carnation)
지난해, 초겨울.
유난히도 일찍 찾아온 한파는 전철역에서부터 걸어들어오는 길목을 을씨년스럽게 했다.
발길을 재촉하는데 잎이 진 앙상한 가로수아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누군가 버리고간 깨진 화분속에 아직 살아있는 식물이었다.
한 해동안 보고나서 겨울이 오면서 꽃지고 시들어가니 내다 버린 것이다.
게다가 간밤에 내린 서리로 식물은 더욱 생기를 잃고 시들대로 시들어 있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충분히 아직 살아있었다.
'이런 가여워라...' 나는 그 식물을 줏어들고 집으로와서 빈 화분에 심고 매일 정성스럽게 돌보며 물도주고
햇빛이 잘 드는 베란다에 두고 가꾸었다.
지난해,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30년만의 강추위라고들 했다.
그동안 정성들여 가꾸어온 화분들이 거의 얼어죽었다.
그러나 내가 줏어온 식물은 거뜬히 잘 버티며 무럭무럭 자라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 기대하지 않았어. 그러나 한 송이 한 송이 모두에게 감사해.
나는 아침마다 베란다 문을 열고 나가서 그들에게 속삭였다.
석죽과 패랭이꽃속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 지중해 연안 지역이 원산지이다.
주름진 꽃잎을 가진 꽃 때문에 널리 재배되는데, 꽃에서 스파이스향이 나기도 한다.
사철 꽃이 피는 품종도 있고, 7~8월에만 꽃이 피는 것도 있다.
썬빈, 크레카오, 데지오, 카스 등 종류가 다양하나 어떤 것을 봐도 '아! 카네이션.' 하고 모두 알아볼 정도로 꽃의 특징이 강하다.
주로 감사, 보은의 감사, 보은의 뜻으로 코사지로 만들어 가슴에 달아주는데
유럽에서는 옛날에 해열제로 썼으며, 엘리자베스 시대에는 카네이션을 와인과 에일의 향신료로도 썼다.
- Photo / Copy :: Chris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