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ife Story II - Photograper
오래 기다려 자연의 신비를 찍은 다큐멘타리를 볼때는
보이는 화면에도 감탄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을 카메라맨의 수고에 더 감동하게 된다.
사진속에 늘 없었던 당신같아서
나를, 우리들을 찍어주노라 늘 카메라뒤에 있었던 당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기다려 셧터를 누르던 사진뒤의 당신.
먼 훗날 기억이 흐려지면 당신의 수고를 기억하지 못할텐데도
그런게 사랑이라는듯 끝내 사진속으로 뛰어들지 않던 당신.
지나간 사진들을 보다가
함께 사진을 찍은 사람들을 기억하다가
이 사진은 누가 찍어 주었을까? 생각했던 날이 있습니다.
사진 뒤의 사람, 셧터를 눌러준 그 사람.
나보다 더 멋지게 나를 표현해준 사람이 있어서 이 사진이 남았지
비로서 사진에 찍히지않은 사람을 떠올리던 날이 있었죠.
보이지 않는 사람을 볼 수 있는 마음.
뒷면의 사람들을 기억하는 마음.
사진 뒤에서 흐뭇하게 웃던 사람을 잊지않는 마음... 그런 마음.
세상에 대한 그런 예의를 갖추고싶다 생각해 봅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가 있고 또 특히 잘 하는 일이 있습니다.
인간의 두뇌는 좌측과 우측이 서로 달라 I.Q.와 E.Q.로 나누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암기를 잘하는 사람, 창작(創作/Creation)을 잘 하는 사람이 분명히 나뉘어지는거죠.
저는 후자에 속합니다.
암기는 전화번호를 듣고 적으려고 돌아서면 이내 캄캄하게 잊어버리고, 그래서 고등학교시절 역사나 수학공식같은 것들은 성적이 좋지를 못했습니다.
반면, 뭔가 들여다보고 곰곰히 생각하다보면 어떤 형체가 떠오르고 시간이 지나면서 뭔가를 곧 잘 만들어내곤 했습니다.
요즘엔 사진을 하는데 남들이 한자리에서 머물지못하고 바로바로 떠나는 장소에 끝까지 꾸준히 머물며 해가 떠오르거나
해가 바닷속으로 지는 모습, 장시간을 기다렸다가 새들이 지나가는 모양을 반드시 찍어내고야 맙니다.
사람들은 그러더군요. '추위도 안탄다'고.
그러나 그것은 제가 추위에 강해서가 아니고 꼭 해내고 말겠다는 신념으로 버티기 때문입니다.
사진속에서 보이지않고
카메라 뒤에서, 사진 뒤에서 정성을 다했던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동안 해외여행을 다니며, 풍광이 좋은 곳에서, 기념이 될만한 장소에서 저는 사진을 꼭 찍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를 찍어주는 사람들이 있었죠.
함께 간 동료가, 수많은 관광객들 중에서, 그리고 지나가던 행인들까지... 모두 저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입니다.
몇 년 전부터는 함께 사진을 연구하고 촬영을 다니는 사우(寫友)가 생겼습니다.
그를 알고 그의 집을 방문했을때 저는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별다른 살림이나 가구가 없는 것에 비해 그의 서재 한쪽면은 온통 사진에 관한 각종 렌즈와 기제들로 가득 차 있었죠.
그는 그 후 나와함께 여행을 다니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지금도 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내가 원하는 인증샷 한 컷만으로도 정성을 다하는 사람입니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그 사람 덕분에 내가 더 빛날 수 있었습니다.
그 고마움과 마음을 기억해보는 겨울 밤입니다.
- Photo :: 李象國. 채미경. Andy Lim. 外 多數
- 글 :: Chris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