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직업'중에서「약속해줘 구름아 」- 박정대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신다
담배를 피운다
삶이라는 직업
커피나무가 자라고
담배연기가 퍼지고
수염이 자란다
흘러가는 구름
나는 그대의 숨결을 채집해
공책 갈피에 넣어둔다
삶이라는 직업
이렇게 피가 순해진 날이면
바르셀로나로 가고 싶어
바르셀로나의 공기속에는
소량의 헤로인이 포함되어 있다는데
그걸 마시면 나는 7분 6초의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까
삶이라는 직업
약속해줘 부주키 연주자여
내가 지중해의 푸른 물결로 출렁일때까지
약속해줘 레베티카 가수여
내가 커피를 마시고
담배 한 대를 맛있게 피우고
한 장의 구름으로 저 허공에 가볍게 흐를 때까지는
내 삶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내가 어떡하든 삶이라는 작업을 마무리할 때까지
내 삶의 유리창을 떼어가지 않겠다고
약속해줘 구름아
그대 심장에서 흘러나온 구름들아
밤새도록 태풍에 펄럭이는 하늘의 구름아
박정대 시집 '삶이라는 직업'중 <약속해줘 구름아 > 전문
박정대의 詩를 좋아하게 되었다
특히 그의 이국적이고 센티멘털한 詩語들이 무척이나 좋다
이 가을의 시작에 박정대의 시집을 끼고 다니며 틈틈이 펼쳐든다
詩는 그것을 쓴 사람이 아니라 詩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것이라고 들은적이 있다
詩...
난 그것을 전부 이해할 수 없어도 좋다
내 마음을 뒤흔드는 것은 분명 詩와 사랑이다
몽해항로(夢海航路 : 죽음을 향해가는 험난한 길)에서 때로는 길을 잃은 들 어떠리
이렇게 詩 한 구절에 가슴 에이고 또 한 구절에 슬퍼서 엎어지며
그냥 하루 하루 보내는 것도 괜찮거늘...
- Chris Nicolas-